EU의 '종이 호랑이' 앞에서, AI 빅테크는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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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칼은 뽑았는데 벨 수가 없다
"칼은 뽑았는데, 벨 수가 없다." 2025년 11월 현재, 유럽연합(EU)의 AI 규제 현장을 이보다 더 잘 설명하는 말은 없을 것이다.
지난 8월, 전 세계가 주목하는 가운데 **EU AI법(EU AI Act)**이 발효됐다. 역사상 가장 강력한 AI 규제안이라는 타이틀을 달고서다. 하지만 3개월이 지난 지금, 실상은 어떤가? 규제 당국의 엄포는 요란하지만, 정작 이를 강제할 '채찍'이 준비되지 않았다. 실리콘밸리의 거인들은 이 허점을 간파했고, 겁을 먹기는커녕 교묘한 '간 보기' 혹은 노골적인 '무시'로 일관하고 있다.
OpenAI의 두 얼굴: 서명은 했지만, 보여줄 순 없다?
가장 흥미로운 건 '모범생 코스프레'를 하고 있는 OpenAI의 행보다. 그들은 지난 7월, EU가 내민 'AI 규약(Code of Practice)'에 보란 듯이 서명했다. 하지만 그 잉크가 마르기도 전인 8월 7일, 최신작 **'GPT-5'**를 내놓으며 규제의 핵심인 '투명성' 조항을 정면으로 비껴갔다.
법에 따르면 범용 AI 개발사는 훈련 데이터의 요약을 공개해야 한다. 저작권 침해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영수증'을 제출하라는 요구다. 하지만 OpenAI는 침묵했다. 서약서에는 사인했지만, 정작 영업비밀인 데이터는 단 한 줄도 내보일 수 없다는 배짱이다. 겉으로는 규제를 따르는 척하면서, 실속은 다 챙기는 전형적인 '이중 플레이'다.
메타(Meta)의 도발, "유럽이 틀렸다"
OpenAI가 음흉한 책략가라면, **메타(Meta)**는 문을 박차고 나가는 반항아다. 메타는 아예 EU의 자발적 규약 서명을 거부했다. "유럽의 규제가 AI 혁신을 망치고 있다"는 독설과 함께 말이다. 일론 머스크의 xAI 역시 입맛에 맞는 '안전' 조항에만 슬쩍 발을 걸쳤을 뿐, 투명성 요구는 묵살했다.
이들이 이렇게 대놓고 나올 수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EU가 칼을 빼 들긴 했지만, 아직 그 칼을 휘두를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2026년 8월까지의 '무법지대'
현재 상황을 냉정하게 요약하면 이렇다. 법은 발효됐지만, 위반 기업을 처벌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집행 권한은 2026년 8월에나 생긴다. 앞으로 9개월 남짓한 시간은 규제 당국에겐 '준비 기간'이지만, 빅테크 기업들에겐 처벌 걱정 없이 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자 실질적인 '면죄부 기간'이다.
결국 지금 벌어지는 일은 거대한 쇼(Show)에 가깝다. EU는 "지키지 않으면 매출의 7%를 뜯어가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기업들은 "그때 가서 보자"며 배를 째고 있다.
과연 2026년 여름, EU는 이 공룡 기업들에게 진짜 벌금 고지서를 날릴 수 있을까? 아니면 거대 자본의 로비와 기술 종속 앞에서, 그토록 자랑하던 AI법이 이빨 빠진 호랑이로 전락하는 꼴을 보게 될까. 싸움은 이제 막 시작됐고, 관전 포인트는 '누가 먼저 눈을 깜빡이는가'다.